[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다루기 힘든 감정은 여전히 남겠지만, 아픔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단순한 생활과 음식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나를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게 했다. 그 삶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내 영혼에 관한 일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일과 만남들이 줄어들면서 기쁨은 늘어갔다. 사치가 문화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소박함은 정신을 창조한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고자 합니다.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자고 지겨우면 일어나 티비를 봅니다. 이렇게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바쁜 일상에서 지친 제 영혼을 채워줍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들었습니다. 주말엔 어디든 좋은 곳으로 나가야 하고 평일에 미뤄놓았던 운동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 지난 주말엔 뭘 했어~ 하고 신나게 자랑도 하고 인스타에 업로드도 할 수 있으니까..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