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3. 00:01ㆍ선비의 생활정보 (책, 음악, 생활정보...)
단순한 생활과 음식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나를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게 했다.
그 삶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내 영혼에 관한 일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일과 만남들이 줄어들면서 기쁨은 늘어갔다.
사치가 문화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소박함은 정신을 창조한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고자 합니다.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자고
지겨우면 일어나 티비를 봅니다.
이렇게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바쁜 일상에서 지친 제 영혼을 채워줍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들었습니다.
주말엔 어디든 좋은 곳으로 나가야 하고
평일에 미뤄놓았던 운동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 지난 주말엔 뭘 했어~ 하고 신나게 자랑도 하고
인스타에 업로드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문득 무엇이 나를 위한 것일까란 생각이 드네요
나는 타고난 집순이인데
무엇을 위해 그리 집 밖으로 나돌았을까요?
왜 자신에게 계속 "너는 아무 문제없어. 넌 완벽해"라고
강박적으로 말해야 하는가?
그럼 정말로 문제가 된다.
우리가 자신에게 들려줄 말도 그것인지 모른다.
넌 이상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인류의 구성원에 포함되지 못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
미치긴 했지만 그 미침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것.
살짝 미치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정상이 꼭 자랑만은 아니라는 것.
나는 아무 문제 없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나는 이래서 문제야
나는 이런 점이 부족해 하고
항상 지나친 자아성찰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다시 말해 주제파악이 잘 되고 거만하지 않다는 것
이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저의 단점이라 느낍니다.
근데 가끔은 이런 생각조차도 내려놓고 싶습니다.
이건 문제가 아니야 다만 나는 이래~
라고 나를 꼭 파악해야만 할까요
류시화 시인이 말한 것처럼 살짝 미치는 것도
또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
가끔은 생각을 멈추고
마음이 가는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멍-하니 살아보고 싶습니다.
'매장'과 '파종'의 차이는 있다고 나는 믿는다.
생의 한때에 자신이 캄캄한 암흑 속에 매장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을 전력질주해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가.
그러나 사실 그 때 우리는 어둠의 층에 매장된 것이 아니라 파종된 것이다.
청각과 후각을 키우고 저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계절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에 열릴 수 있도록.
세상이 자신을 매장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파종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매장이 아닌 파종을 받아들인다면 불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서른 넘는 세월 동안 나름대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살아와보니
삶은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데요
전 20대의 저에게 돌아가면
"모든 건 마음가짐의 문제야~
하지만 그래서
뭐든 마음을 굳게 먹고 열심히 해내라고 말하는 건 아니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으니
하고 싶은 일에만 의지를 갖고 살아"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비슷한 종류로는 가끔
20대로 돌아가게 해준다면
돌아가겠냐 고민해보는데요
전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저보다 더 잘 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거든요
물론 그때의 체력과 젊음은 부럽습니다만,
갈수록 성숙해지는 지금의 제가 훨씬 더 좋습니다.
나 또한 그의 앞에서 자신을 꾸미거나
본연의 나와 다른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그는 나를 보고 웃을 때는 진정으로 웃고,
반길 때는 진정으로 반겼다.
우리는 아침마다 갠지스 강가에 앉아 있곤 했는데,
바바지는 나와 함께 있을 때는 온전히 나와 함께 있었다.
나와 달리 그는 마음이 다른 대상으로 배회하는 법이 없었다.
어떤 의도나 기대 같은 것이 섞여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느꼈다.
.....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행운을 가졌는가?
누군가가 당신에게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방이 얼마나 있을까..
저에겐 세 명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사랑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면 그 세 사람이
나를 가장 안정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긴 하네요
이게 사랑인가 봅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우리 안에는 성장하지 못한 내면 아이가 있어서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불안한 심리를 초래한다는 이론이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인격의 한 측면이
과거의 어느 시절에 고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
상처 받은 내면 아이는 완벽한 사랑의 대상을 찾아 헤매지만,
불완전한 관계에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상대방에게도 깊은 상처를 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같은 패턴의 행동을 반복한다.
.....
상처받은 아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일은 그 아이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일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어쩌면 아이가 슬퍼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느껴지면 호흡을 하면서 '네 안에 슬픔이 있는 것을 알아.
그동안은 내가 바쁘게만 살아왔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너를 안아 줄게' 하고 말한다.
감정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잘 보살피는 것이다.
상처 받은 아이를 알아보고 부드럽게 안아 주는 것은 아픔을 덜어 준다.
다루기 힘든 감정은 여전히 남겠지만,
아픔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아마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앞으로 평생을 나와 함께 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가 어른이었다면 그랬을까
내가 그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고민하던 때가 많았었는데요
원망이나 괴로움의 감정은 끝이 없더라고요
요즘은 그런 생각은 묻어두고
다음 세대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조카에게 무한한 사랑주기 같은 거예요
나는 네가 너무 좋아하고 사랑을 듬뿍 표현하고
알아듣기 힘든 조카의 말도 귀담아듣고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 노력한답니다.
아마 저에게 자식이 생긴다면 이런 마음이 더욱 배가 되겠지요
어른이 되는 과정이,
그리고 어른이 되어 연약한 아이를 돌보는 과정을
겪으며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른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그때 그 사람은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그 어른도 힘들었겠구나
이렇게 슬픔이 조금씩 덜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유리잔처럼 나의 육체도, 내 연인의 육체도
이미 부서진 것과 마찬가지임을 알 때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해진다.
소중함과 가치가 두려움과 슬픔보다 앞선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덧없고 영원하지 않으니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음으로써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영원하지 않음'을 우리가 통제하려고 하지 않을 때 마음은 평화롭다.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모든 것이 더 소중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영원하지 못하다는 걸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끔 상대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귀중히 대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후회를 합니다.
이건 비단 사람과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시간, 직장, 건강 등..
우리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 적용되는 진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후회할 짓을 하지 말라고
남의 행동에 훈계를 해대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의 기준은 다르니까요
제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과 충분히 즐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단 생각이 드네요...
항상 생각의 마지막은
노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로 종결됩니다...
추구의 여정에는 두 가지 잘못밖에 없다.
하나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이고,
또 하나는 끝까지 가지 않는 것이다.
어떤 길을 가든 그 길과 하나가 돼라.
길 자체가 되기 전에는 그 길을 따라 여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시인 찰스 부코스키는 썼다.
"무엇인가를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러면 너는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싸움이다."
오늘의 글은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그림은 일러스트 작가 오아물루oamul lu의 작품입니다.
마음이 안정을 찾고 싶어
이 책 저 책을 훑어보다 단숨에 읽게 되었는데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X소리와는 달리
너도 아파? 나도 아픈데
하지만 아픈 게 뭐 어때 이렇게 생각해봐 하고
읽는 이의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조용한 집에서 소리 내어 읽으니
마음이 더 편안해지더라구요
좋은 구절들이 더 많아
기록해 놓았는데 이따금씩 마음이 허전할 때
꺼내어 읽어볼까 합니다.
이리저리 치여
지친 마음에 안정이 필요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무조건 힘내라 이겨내라 응원하는 책이 아니니까요
이제는 내가 너를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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